[특별초대석] 논산 관촉사 혜광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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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논산 관촉사 혜광 주지스님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1.09.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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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미소가 그윽한 은진미륵과, 반야산의 관촉사

|특별초대석| 논산 관촉사 혜광 주지스님

백제미소가 그윽한 은진미륵과, 반야산의 관촉사

 

2018년 은진미륵은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이란 이름으로 국보 제323호로 승격되었다. 다음해에는 은진미륵 국보 1주년 기념으로 ‘관촉사 효잔치 및 힐링음악회’가 열렸다. 그 후 코로나로 인하여 관촉사 역시 조용한 산사다.

올해 들어서 주목할 일이 두엇 생겼다. 4년 임기의 혜광주지 스님이 올 봄 연임되었다. 7월에는 논산 탑정호에 동양최장의 출렁다리가 진수되었다. 동양최대 석불인 은진미륵과 동급인 동양 타이틀이다. 탑정호와 관촉사 소재 반야산은 서로 마주보는 산과 물(山水)이다. 탑정호 나들이 가는 길목이 반야산이고, 관촉사다.

코로나로 지친 이 시대에 힐링이 필요하다. 탑정호에 들어서면 수려한 산수와 노송에 마음이 절로절로 드라이브 쓰루다. 너른 물은 어머니의 품이요 치마폭이어서다. 그 자애로운 손길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곳이 관촉사다. 동양최대의 미륵불이 위치한 관촉사는 소 젖통이다. 반야산은 동쪽을 보고 누워 있는 소(臥牛) 형상이다. 논산문화원쪽은 소머리고, 건양대 건너가 꼬리부분이며, 그 중간인 관촉사 미륵불은 소젖통이다.

젖통에는 물이 많다. 관촉사(灌燭寺)는 조선세종때까지는 관족사로 불렸다. 물댈 관灌, 발 족(足)에서 보다시피 관촉사는 물 좋고, 물 많은 곳이다. 예전에는 미륵불 발바닥이 물에 잠겨 있을 때도 있었다. 은진 나루 밑에는 표진강이 흐르고 있어서, 미륵불 하단과 거기 물과의 연관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물 많은 관촉사는 인심도 후하다. 후덕해 보이는 관촉사 혜광 주지스님이 계시는 요사채 문을 연다.

관촉사 혜광 주지스님
관촉사 혜광 주지스님

 

스님은 작년 조계종 총무원장상을 수상했습니다. 교정교화에 애정을 기울이는 계기 내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년 12월 ‘2020 교정교화전법단 표창장 수여식’에서 받은 조계종 총무원장상은 받고 보니 최고상이라 하더군요. 이삽십 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 상 받는 날도 있네요(웃음).

교도소에 출입하는 이유가 뭐 있겠어요? 불자로서 자주 찾아봐야 할 곳은 오히려 소외된 곳이라 싶어요. 대개는 꺼리는 곳이지만 종교인들은 행보가 좀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종교단체에서는 병원이나 교도소 같은 곳을 많이 찾는 편이지만, 불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경주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게 1995년이네요. 2010년에는 포항교도소로 활동폭을 넓혀갔고요, 현재는 법무부 교정위원인데, 그러고 보니까 2018년 4월 박상기 법무부장관 표창창을 받은 적도 있었네요. 정해진 교도소는 매달 한 번씩 찾아가는데, 성동구치소의 경우는 합창단이 찾아가 음악회도 했어요. 상황 따라서 영치금 지원 같은 것도 하다 보니 사비가 꽤 드는 편입니다. 우리도 하노라고 하지만 동참하는 기관들 보면 떡, 과일, 피자 등 꾸러미가 푸짐한데, 간혹 부러울 때도 있네요.

 

교정교화는 물론 다른 사회 활동도 주로 경북쪽에서 해오신 거 같아요?

 

허허, 어쩌다 보니 전국구가 됐나 봅니다. 강원도에서는 홍천군 장애인 복지관을 위탁 운영한 바 있다. 저는 복지사업에 관심이 많아요. 인간의 행복은 결국 삶의 질인데, 사는 동안 고통에서 다소라도 벗어나게 해주는 돌봄! 나는 그게 복지(福祉)라고 봐요. 나의 사회적 활동도 그런 연장선상이고요.

나는 주로 경북쪽에서 활동해왔는데, 출가는 1985년 스물 아홉에 했습니다. 공부는 백양사 승가대에서 했고요, 불국사 선원에서 안거수련했고, 본격적인 활동은 1993년도 영천에서 시작했네요. 은혜사 총무, 신령포교당 주지 등을 거쳐 1998년에는 포항에 길상사를 창건했습니다. 사회활동인 교도소교정일은 그 전인 95년부터 시작했는데, 이후 시민운동에도 눈을 돌려서 포항 경실련 대표도 맡고, 포항 언론 불자회 창립 등도 주도해봤습니다. 올 4월에는 대구경북지역시민공익연대를 출범시켰고, 아직 초창기라서 신경 함께 쓰고 있는 상황이네요.

 

논산과는 어떻게 연을 맺으셨는지요?

 

나는 신라권이지만 백제권과도 인연이 깊은가 봅니다. 부여 고란사 주지로서 부여불교사암연합회장, 공주 마곡사 기획국장 등을 역임한 바가 있으니까요. 현재는 관촉사 주지로서 논산불교사암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논산과의 인연도 이삼십 년쯤 전으로 올라가요. 당시 조계종에서 관촉사 주지스님 모시고 총무 소임한 게 연이 되어 충청도 몇 번 오가다가 2005년에는 관촉사 주지가 되었습니다. 연이 이어져서 2017년 다시 관촉사로 왔고, 올해 연임으로 이어져온 상황입니다.

 

 

경상도나 다른 지역에 견주어볼 때 충청도 논산은 어때 보이는지요?

 

대개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죠. 지역과 시대 특성이 있으니까요. 굳이 단순비교를 한다면, 다른 데는 작은 것도 침소봉대하는 판에 논산은 위대한 것들마저 방치하거나 사장시키는 게 많아 보여요. 논산제1경 은진미륵의 주변경관사업부터 그래 보여요. 지역 브랜드화된 갓바위도 그렇고요 경주 보문단지가 세계적 관광단지가 저절로 됐겠어요? 전통문화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만큼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죠. 저는 그곳에서 3대가 함께하는 전통문화제, 벚꽃마라톤대회, 사진대회 같은 걸 개최해왔어요. 내가 창립한 포항언론불자회 중 프레시안에서는 올해 드론축구대회도 준비중이더군요.

 

스님은 사회활동에 주력하는데, 포교가 중요하지 않나요?^

 

포교는 불교 신문이나 잡지에서 심층 거론하고요, 여기는 일반인들이 보시는 대중매체라서 건너뛰는 겁니다. 저는 사회문제 역시 신앙의 영역 안에 있다고 봅니다. 제 눈에 논산은 할 일이 엄청 많은 곳 같아요. 반야산 관촉사는, 깊은 산속이 아닌 시내권이잖아요. 개태사도 길가에 있던데, 창건 당시 속세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지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법문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의 궁구, 수행, 마음수련이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논산역에서 가끔 관광객들을 모시고 와요. 그때 저는 차 강의를 합니다. 차를 마시노라면 심신이 안정되면서 저절로 수양이 되거든요. 외국에서 바이어나 VIP가 오면 그 지역 유명 산사로 안내합니다. 불교를 접하게끔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것을 알리고자 함이죠. 우리의 역사문화, 자연경관 등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최적지가 사찰입니다. 한국의 이미지를 가장 인상 깊게 심어줄 수 있는 곳이죠.

 

 

관촉사에서 템플스테이도 가능한가요?

 

절 아래에 110여 평 규모의 ‘힐링선(禪)센터’를 추진중입니다. 전통문화 강좌와 템플스테이 등 다목적 공간이 될 겁니다. 우리 관촉사의 신행단체로는 가릉빈가합창단, 봉사단체 미륵회, 요가불자회, 다도교실 선다회가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절문을 더 열어보고자 합니다.

외부손님을 좀더 반갑게 맞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서는 미륵불 복원작업중입니다. 절 밖에 있는 돌부처 비로자나석불입상은 ‘미륵불 엄마상’로 통하죠? 언제 보아도 마음씨 후덕한 어머니, 시골아줌마 느낌이라서요. 개인 소유지만 최근 이야기가 잘 돼서 관촉사 경내로 이전 논의중입니다. 절에 왔다고 해서 불상만 볼 게 아니죠! 미륵불 옆의 주상절리를 눈여겨 보세요. 천연기념물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게, 바닷가에서 흔한 주상절리가 산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치 않아섭니다. 미륵을 둘러싼 병풍 바위에는 수리부엉이도 살아요.

 

내적으로 추진해오시거나, 향후 준비하는 게 있다면요?

 

은진미륵 국보승격 다음해에 국보 1주년 기념 음악회, 그리고 영산대제를 열었습니다. 인근 부여, 공주 백제문화재에서 매년 열리는 호국영령제가 관촉사에서는 그때 한 번만 열렸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대한민국에서 나라 위해 싸우다가 가장 많이 죽은 곳이 논산 아닌가요? 계백 결사대, 왕건과 견훤의 전투, 동학군 집결지이자 최후 항전지인 대둔산은 6·25 휴전 후에도 전투가 끝나지 않았고....

돌아가신 그분들 영혼들도 진무해야겠지만,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도 위무해야할 거 같아요. 해서, 올해 10월의 마지막 밤은 산사음악회로 준비중입니다. 물이 많은 곳이니까 그 물로 몸과 맘을 씻어내자는 의미에서 힐링음악회 이름은 세심(洗心)으로 정할까 생각중입니다. 코로나가 어떤 변수로 작용하든 유튜브는 필수로 준비중입니다. ‘고속도로 퀸’으로 불리는 김란영 앨범 속에는 대중가요풍의 찬불가요 ‘관촉사’도 들어 있는데, 의미 있는 가수들도 물색중입니다.

 

 

관촉사도 명찰이지만 관촉로 진입로 10리길 가로수인 벚꽃도 명품 같아요!

 

논산역에서 내려 은진사거리에서부터 관촉사로 들어오는 벚꽃 십리길은 대한민국 어느 벚꽃거리 못지 않습니다. 벚꽃 만개한 후의 구푸러진 나무 등줄기도 걸출하여서 수천년 논산의 풍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싶고요... 농사 짓기 전이니까 주변 논도 빌리고 하여서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좀 많아요?..... 은진미륵불 산사음악회로 해서 피날레하는 논산의 벚꽃축제는, 운영하기에 따라서 논산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올려줄 수 있을 거라 봐요.

 

단독플레이보다 팀플레이가 더 빛나 보이는 세상 같아요. 천혜의 비경 논산8경 관광벨트를 어떻게 엮어가는 게 좋을까요?

 

바야흐로, 탑정호 출렁다리가 전국 명소로 부상중입니다. 그러나 동양 최장의 다리 하나만 내세워서는 한계가 드러나게 마련이지 않겠어요? 논산에는 동양최대의 미륵불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돈암서원이 있습니다. 이들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연결시키려 할 때, 그 허브 최적지가 어디일까요? 탑정호 관문으로서는 물론, 쌍계사와 개태사와의 3사순례지로서 반야산 관촉사의 입지는 최적하다고 봐요.

은진 미륵불은 동양최대요 국보로까지 승격되었지만, 초입인 관촉사 밑의 동네는 사찰 분위기나 관광지 분위기가 영 아닌 상황입니다. 멀쩡하던 연꽃밭도 사라졌고 사찰음식점이나 한옥 같은 고택 한 채 없이, 말로만 논산제1경잖아요ㅠ 주차장에서 관촉사로 들어오는 길의 특색 없는 가로수도 사찰돈으로 직접 관리하는 실정입니다. 일주문도 길 한복판이어서 ‘저게 뭔가’ 싶은 어정쩡 스탠스인데, 계단 오르고 해탈문 통과하여 경내 흙을 밟아야만 비로소 “여기가 절이구나” 싶은 분위깁니다. 정책입안자들의 의지가 아쉽기만 한데요, 우리 절에만 집중 투자해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반야산 관촉사는 종교 이전에 역사문화로 접근해야 하는, 동양의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경내에는 내국인들뿐 아니라 베트남 여인들도 보이던데요?

 

오늘처럼 무더운 날, 과일 한 박스 들고 계단 올라오는 처자가 있어서 물어보니 베트남에서 시집 왔고, 공주 신관동에서 산다더군요. 출렁다리 보려고 서울에서 온 부부는 미륵불 먼저 보는 게 예의 같아서 들렀다고 인사하더군요. 우리 경내 현수막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은진미륵불 ‘꿈이 이루어지는 절’>이라고 소개를 했어요. 우리 관촉사의 꿈이기도 합니다.

주심제복(注心臍腹)이란 말이 있죠, ‘마음을 단전(배꼽)에 집중시키라’는 의미입니다. 4통8달 논산은 대한민국의 중심지잖아요? 천혜의 보고인 논산이 태고때부터 품어온 가치에 눈 뜨면 좋겠어요. 논산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단전임을 감지하고 그런 애정으로 시정을 펼치고, 시민들도 주체적으로 나설 때 논산은 명실공히 동양최고 시티가 될 겁니다. 우리 은진 미륵불은 희망의 미래, 미륵입니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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