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별좌담회] 최재욱·오인환·이진영
모든 공약·정책의 출발점은 ‘지구살리기’
“논산의 환경·생태”를 주제로 3인이 모였다. 오인환 충남도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이 본인사무실로 최재욱 논산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상재환경 대표이사)과 놀뫼신문 기자를 초대하는 모양새였다.
농민회의 ‘통일쌀 모내기’ 참석차 약간 늦은 오의원은 오히려 손님이 되었다. 기자가 먼저 1회용컵에 커피를 타면서 취향을 물으니, 오의원이 벌떡 일어선다. 텀블러 전용컵을 꺼내자 최재욱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최재욱 논산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논산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 ‘지속가능’)에서 이달 하순에 원주를 가기로 했어요. 썸컵(Some cup)이라고, 원주에서는 카페에서 원하는 분에게 컵을 대여해준대요. 그 컵을 전용컵으로 사용하다 반납하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포인트 적립,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1회용컵 사용을 자제토록 하는 시스템이라더군요. 시 환경과 공무원과 동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인환 충남도의회 복지환경위원장] 오늘 얘기가 제 관심사인 물 얘기에서 시작되니, 물 좋네요ㅎ~ 이제 우리나라 평균연령이 80세를 넘어섰는데, 그 비결 중 하나가 물이라고 봐요. 영양가 있는 음식이 몸에 들어가면 그 영양소가 맑은 물과 함께 순환되니 건강해진다고 보는 거죠. 틀니보급사업도 한 몫 하겠고요.
[이진영 놀뫼신문 기자] 나이 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던데, 생명의 원천인 물은 미네랄이 가득한 천연지하수가 더 나은 게 아닌가요?
[최재욱] 안전에서는 수돗물이 최곱니다. 광역상수도에서는 먹는물 수질기준에 의거, 61개 항목 검사를 실시하여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죠. 아직 상수도가 안 들어가는 마을은 개인 지하수보다 마을공용 간이상수도가 낫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니까요. 개인 지하수가 천연수처럼 보이지만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한지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겁니다. 인이나 질산성 질소 등이 과다해지면 인체에 유해하거든요.
[오인환] 그래도 사람들은 수돗물보다 음료수를 사서 마시는 경향입니다. 수돗물 자체는 믿을 만하지만 수도관의 노후화 등으로 인한 불신은 남아 있는데, 정수기 등으로 걸러 마시면 페트병 쌓이는 문제가 다소간 해소될 거 같습니다.
[이진영] 집에서 양산되는 쓰레기는 페트병 외에도 농촌지역에서는 비닐 소각 등으로 대기오염원이 되고... 농로나 뚝방길, 으슥한 산길에는 대형쓰레기 무단투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요. 논산시 쓰레기 매립장은 상황이 어떠한지요?
[최재욱 상재환경대표] 우리 상재환경은 작년부터 취암동 부창동과 와야리 일부의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거 후 종착지는 은진면 시묘리 매립장인데, 현재 포화상태라고 들었습니다. 부피 줄이는 고육지책으로 매립된 쓰레기를 도로 캐내어 그 중 가연성 쓰레기만 골라내 소각하여 감량하려 하는데, 향후 매립지 확장도, 소각로 증설도 진퇴양난일 겁니다. 현재로서는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진영] 코로나 이후 식사배달, 생필품택배 생활화로 쓰레기는 증가일로인데, 그러기 때문에 쓰레기 줄이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재활용 시도·연구에 이르기까지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재욱] 재활용에 대한 획기적 연구는 계속되겠지만, “종량제봉투만 제대로 사용해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고 봅니다. <흰색은 가연성, 분홍은 음식류, 재활용품은 아무색이나> 이 색 구분만이라도 신경 써주셔도 만사 OK입니다. 원룸촌 같은 곳에서 종량제봉투 아닌 일반비닐에다가 버리는 개념 없는 시민들 아직도 있는데, 그런 분들 의식 하루 속히 개선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오인환] 음식 남기는 잔반 문제 역시 고질적이더군요. 충남 관내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번 ‘채식의 날’을 운영했습니다. 문제는, 그날 잔반량이 급증한다는 거였죠. 해서 이름을 ‘지구 의 날 급식’으로 바꾸었더니 개선되는 조짐이랍니다. 학교에서 영양교사들 역할이 커졌으면 하는데, 생활의학, 식습관, 당뇨예방교육 정도는 정규 수업화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육식하기 위해 소를 대량 사육하는데, 소 하나 키우기 위하여 들어가는 옥수수도 문제지만 특히 소 방귀가 심각하다더군요. 소가 방출하는 메탄가스CH4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보다 10배나 더 강력하답니다. 이런 이야기 몇 가지만 들려주어도, 채식으로 선회할 학생 상당수일 겁니다.
생태적 삶, 개인과 국가가 2인3각으로
[이진영] 분위기상 정화(淨化) 이야기를 해보죠ㅎ~ 세계를 휩쓴 영화 “미나리”는 동네 오폐수를 정화시키는 고맙고도 늠름한 동구밖 파수꾼이었습니다. 마을이 대부분 도시화되고, 두메산골도 오폐수 분리 시스템이 갖추어져가는 중인데 우물가, 맑은 개울가는 복원해야 할 공동체의 한 요소 같습니다만.
[최재욱] 지속가능의 전신은 ‘맑고푸른논산21’였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속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도랑살리기’입니다. 도단위 사업으로, 올해 우리 논산에서 추진중인 곳은 세 곳이나 됩니다. 주민이 도랑을 되살리자는 운동은 상징성까지 돋보이는 사업입니다. 동네초입 100미터 안팎 구간에 준설, 축대 쌓고 나무 심고 수생식물 식재 등을 하면서 지역민 환경 교육도 겸하니까요.
[오인환] 복지환경위원장으로서 저는, 도랑살리기 같은 공동체 환경 사업은 실행의지가 넘치는 논산으로 유치가 더 되도록 마음을 써왔습니다. 이 사업은 경제적 이득 측면보다 생태적 삶이 더 큰 소득이라고 봐요. 어릴 적 발 담그고 개구리, 미꾸라지 잡던 시절의 정겨웠던 마을공동체 복원이랄까요~
[이진영] 그 도랑은 개천이 되고, 샛강이 되고, 이윽고는 금강과 합류하여 서해바다로 향합니다. 그간 우리 놀뫼신문에서는 강이야기를 다루면서 금강에 집중해왔습니다. 참게, 장어, 종어, 황복어, 웅어가 노닐던 금강의 짠물이 어느 순간부터 단수되었습니다. 도 의회의 금강특위 활동은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요?
[오인환] 사람들은 4대강 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세종보는 1년 후 완전 철거. 공주보는 상시 열고 부분 철거, 그 위의 공도교는 그대로 통행. 부여백제보는 원상 유지하되, 물은 역시 상시 개방, 그러나 필요시에는 가둠> 이 정도로 정리가 돼가는 상황입니다. 이 일은, 일원화된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총괄 집행합니다.
금강의 고질적인 병폐는 금강하구언입니다. 저는 도의회에 들어가자마자 ‘충남도의회 금강권역의 친환경적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제안하였고, 초대 위원장으로서 사계 전문가 초청 세미나 개최는 물론 현장을 찾아다니며 2년여 동분서주해왔습니다. 작년 7월 복지환경위원장을 맡으면서 금강특위 위원장 자리는 서천 양금봉 의원에게 넘겨준 상황입니다.
[이진영] 그럼 금강 특위 일은 손 뗀 건가요? 금강하구언의 가장 큰 쟁점은 군산과의 이해 관계일 텐데요, 전북측과의 담판 상황은 어떻게, 조금이라도 진도가 나갔는지요?
[오인환] 금강 하구둑 개방은 제 공약사항이기에 앞서 소신이자 철학입니다. 국가 수질관리 는 국가적 과제로서 도의원 권한 밖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칩니다. “금강 하구언을 개방하라”고요. 마침 군산 신영대 국회의원은 제가 청와대 행정관시절 함께 일했던 분이라서 대화는 됩니다. 다만 군산의 공업용수, 농업용수에 대한 보완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군산 서천간의 입장차는 여전합니다. 절충안으로 현재 “하구뚝에서 10km 위에까지 바닷물을 유입, 상황에 따라서 열고 닫자”는 안이 갑론을박 검토중입니다. 작년 12월 23일 ‘군산~서천 지역상생협력 기본협약서’가 체결되었고요 올해 5월 27일에는 서천군 장항읍사무소에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금강하구 생태복원을 위한 민관협력토론회였고요..... 이처럼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전북과 협의된 사항은 7~8월 국회토론회때 국가아젠다로 의제 요청할 계획입니다.
[최재욱] 환경이나 생태는 개인이 할 일도 많지만,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주도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 보입니다. 논산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그 중간에서 준행정 기관의 성격을 띤다고 보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 대안들을 적극 제안해갈 필요성을 느낍니다. 17개의 지속가능 분야 중 교육(敎育)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아서 3년 전 ‘지속가능발전대학’을 개설하였고, 올해는 제3기를 후반기에 6강으로 해서 열 예정입니다.
[이진영] 우리 신문에서 ‘논산에서의 환경생태교육’을 12회에 걸쳐서 집중 연재했습니다. 때마침 5월 30~31일 P4G 서울 정상회의가 열렸죠. 2021 P4G Seoul Summit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주도한 대규모 국제환경회의로서 서울선언문 채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P4G는 지구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출범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데, 언론사들이 눈길을 잘 주지 않더군요. 23세 연하와 세번째 결혼식 올린 영국 총리 보도에만 열을 올리면서요ㅠ~ 기자들 의식이 이러할진대, 시골기자라도 눈 더 동그랗게 떠야 할 거 같다는 생각에서 들여다 보니 이번 정상회의는 환경보다 생태쪽에 더 방점을 두는 거 같더라구요.
[최재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도 거론되었는데, 차제에 서울선언문의 내용을 회원들과 함께 공부해 보려고 해요. 국제적이거나 국내일은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우리의 일상사에서 시작되고 그 연장선상이니까요. 서울 선언문 주요내용을 보니까 녹색회복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지구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 지향, 탈석탄을 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노력, 각 나라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등으로 우리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맥이 닿아 있더군요.
[오인환]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스마트 물관리와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 등도 거론되었는데, 화석연료 대체는 특히 충남의 큰 과제입니다. 우리 나라 발전소 60호기 중 31기가 집중돼 있는 충남은 현재 2기를 줄였고요, 이렇게 가동을 줄여가는 대신 풍력, 태양광 발전 등으로 대체중입니다. 탄소제로사업은 개인과 정부가 호흡을 맞추어서 노력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시내에 방사형 도로망을 구축하고 소형버스가 4통8달 수시로 운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교통망과 도시계획이 필요합니다. 서울시처럼, 자가용은 외곽 편한 곳에 주차하고 볼일은 내부 순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배출가스가 현격하게 줄어들 겁니다.
[이진영] 탄소중립 등 임박해오는 기후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산업현장도 협조해야 하겠고, 학생들에게는 에너지 교육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동시에 호응해야겠는데요, 이러한 때 공공정책의 수립자이자 수행자인 공무원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확장 또는 제한해야 할까요?
[오인환] ‘시민=주인=시장’이 구두선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전문가이고 지역민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수시로 답사, 공청회 등을 통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오롯 담아내야 합니다. 공무원은 그것들을 가감없이 담아와 조리있게 정리하고, 종합 판단하여 집행하는 게 공복(公僕) 본연의 임무이자 역할이라 봐요.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집 주인 설명 최대한 경청하고 설계도가 제대로 그려졌는지 꼼꼼 살펴본 다음, 그 도면대로 시행하면서도 중간중간 물으며 점검해가는 것, 그게 민관 상생의 길일 겁니다.
[최재욱]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의미심장한 거 같아요. 우리의 일상과 역사는 한번 끝내고 말 것들이 아니니까요. 개인사든 기업체 사업이든 국가대사든 간에 지속가능을 전제로 하고, 현재의 자원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후손들을 늘상 염두(念頭)에 둔다면 휴지 한 장 뺄 때, 종이컵 한 번 쓸 때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ㅎ.
[이진영] 최근 환경·생태학은 배워야 할 전문지식도 많아 보입니다. 어떤 것은 용어부터 막히니까요. 그러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 제목처럼, 이제부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실천(實踐)이라 봅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요.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