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진호 논산시의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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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김진호 논산시의회 전반기 의장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1.09.0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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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김진호 논산시의회 전반기 의장

등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키듯, 은근·뚝심으로 내 가정과 고향을...

 

 

최근, 김진호 논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이 자서전을 냈다. 제목은 『등굽은 소나무 김진호의 3심』인데, 여기서 3심이란 초심, 진심, 열심이다. 2백여 페이지에 달하는데, 시의원 자서전치고는 두툼한 분량이다. 할 이야기가 왜 이리도 많은지, 어떤 이야기가 실렸는지 궁금하다. 출판 배경, 분야별 철학,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곁들여 본다.

“내가 잘 나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나처럼 못난 사람도’라는 차원에서도 괜찮아 보였다. 개인적인 스토리와 함께, 그간 나를 지지해준 분들과의 소통, 공감대도 필요해 보였다. 개인 차원이라 함은 우리가 어렸을 때 뛰놀던 ‘그땐 그랬지’ 추억들, 어머니, 연애와 신혼시절, 7080 낭만과 치열했던 삶의 현장 등은 어떤 사람 이야기를 들어도 공명대이다. 공적으로도 그러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시 의장을 지낸 공인(公人)으로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이렇게 출판배경을 설명하는 김 전의장에게 기자는 7가지 질문을 던졌다.

 

 

1. 당신은 몇 점짜리 가장인가?

남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답부터 한다면, 난 과락(科落)은 면할 정도의 평균점은 받고 싶다. 내가 스스로 그렇게 자부해서가 아니라, 나에게는 내 인생의 사표(師表)이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고, 난 여전히 두 분에게 사사중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물어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기에, 그 뒤를 이은 형과 어머니를 꼽는다. 엉겁결에 가장이 된 형은, 둘째인 나를 포함한 5명의 동생들 뒷바라지에 청춘을 바치셨다. 나처럼 친구, 선후배들과 제대로 어울려 보지도 못한 채 인고와 희생의 삶으로 점철됐다. 내가 ‘국제시장’을 보면서 울음보를 터뜨려야 했던 이유요, 구체적 대상이 형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42세에 아버지를 먼저 보내셔야 했다. 어머니는 우리 6남매가 아빠 없이도 흠 없이 제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 밥으로, 말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키워 주셨다. 언제나 늠름한 여장부셨고 우리 가족의 든든한 수호신이셨다. 사모곡(思母曲)은 우리의 영원한 찬송가리라~

나의 딸은, 딸바보인 아빠보다 더한 아빠부대가 되어서 응원한다. “정도(正道)만 골라서 걷다가 혹시나 지치실까, 홀로 외로워지실까봐 걱정이 돼요. 딸만 그러는 게 아니에요, 아빠!” 아들도 못지않다. 내 새끼지만 어디서 그런 용기와 배짱이 나는지, 아빠의 경제적 지원 없이도 세계 각국을 돌면서 스스로 보고 느끼는 독학의 길을 걸어왔다. “아빠 사랑해요, 아들아 힘내거라!” 말로는 어색하지만 나는 느낀다, 아들의 듬직한 눈빛에서 부자지간의 교신을.

 

2. 자녀교육, 공교육에서 김진호의 교육관, 교육철학은?

나는 자식들에게 잔소리를 덜 한 편 같다. “너는 커서 이걸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부담을 줄 거 같아서였다. 교육학에서 줄탁동시(啐啄同時)가 곧잘 회자된다. 알 속의 병아리와 어미 닭 각자 절반씩의 역할이다. 교육(敎育)을 의미하는 영어 Education은 라틴어 ex(=from)와 duco(=lead)의 결합어라고 합니다. from(~로부터)에서 보다시피 강제로 꾸겨넣는 주입 행위가 아니라, 속에서부터 이끌려 나오도록, 자발성이 움터나오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행위다.

그간 논산시는 지방교육의 열악한 환경을 보완할 겸 전교생 해외여행, 톱가수 아이돌의 무료콘서트, 청소년문화제 등을 속행해 왔다. 나는 획일화, 비인격적 서열화, 행정편의적 표준화, 하향평준화 등은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각자 타고난 재능을 꽃피우는 ‘교육의 다양화’를 꿈꾼다.

<케세라세라>는 익히 즐겨 부르는 올드 팝송, 고전이다. 스페인어로는 Que sera sera, 영어는 Whatever will be, will be다. 우리말로는 “될 대로 되라”로 번역돼서, 자칫 ‘자포자기’로 오인들 하지만 정반대 어감이다. “딸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 억지로 하지 말고 되는 대로, 순리대로 하여라”는 엄마의 다정한 속삭임이다. 내 아내도, 나도 이런 심정으로 애들을 키웠다. 집안교육, 학교교육, 우리 논산의 공·사교육도 이런 연장선상이면 참 좋겠다.

 

 

3. 김진호 인생 철학이 궁금하다

자연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나는 ‘김진호의 3심’을 주창하였다. 초심(初心), 진심(眞心), 열심(熱心)이다. 평범한 말의 조합 같지만, 막상 실천까지는 쉽지 않다. 이 중에서 내 이름 김·진·호 가운데 자와 닮은 ‘진’은 내 인생 최대의 목표요 화두다. 거짓이 없는 사실, 참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을 응축한 진(眞)은 우리의 공동선이다. 진실과 진심은 통한다.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환심을 사기 위하여 인기에 영합할 수 있고 그 약발이 먹힐 수는 있어도, 그건 잠시뿐이다. 성경 표현대로, 아침에 사라지는 안개다.

해인사 장경판전 주련에는 원각도량하처(圓覺度量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라고 써 있다. 어려워서 물어보니까 “삶의 모든 순간이 첫 순간이고 마지막 순간이며 유일한 순간이다. 매 순간을 생애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는 의미라고 한다.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은, 주변 조금만 둘러봐도 현실로 확인된다. 객지에 나가 출세한 고관대작 아들딸보다 고향 지키는 자식들이 외로운 부모님 애틋하게 돌보는 현실!

나의 서울살이는 10년쯤이다. 어느 날 나는 가차없이 이삿짐을 꾸렸다. 그 나이에도 내가 뛰놀던 고향이 못내 그리운 향수병이 도졌고, 어머니를 모셔야겠다는 일념이 앞서서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서울 가서 살아야 출세하는 줄로만 아시고 품안에서 밀쳐냈지만, 나는 수구초심 이전 청장년기에 귀향길을 서둘렀다. 인생 별 거 있냐는 질문에 ‘논산에 내려오니 인생 별천지’라는 답을 하고 싶다. 행복의 파랑새는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바짝 있기에.

 

4. 정치 신의와 철학은 어떠한가?

정치는 한마디로 “국민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이다. 예전 식으로 하면 ‘백성이 배 두드리면서 등 따십게 자는 것’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迹(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모름지기 어지러이 다니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서산대사의 산시는 지도자들을 향한 경고와 격려의 이정표다.

나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몇몇 정치인을 사표로 삼았다. 어느 나라 대통령은 퇴직 후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정치에 입문한 후 몇 년 지났을 때,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재직중에도 농사 짓는 대통령,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현실도 강렬한 인상이었다. 그의 자발적 가난도 존경스럽지만 그분의 ‘간결한 삶’이 내심 부러웠다.

그의 생태주의적 세계관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전략) 결과적으로 전보다 더 많이 일을 하는 셈이지요. 왜일까요? 돈 나갈 데가 그만큼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모터사이클, 자동차 등의 구매에 들어간 수많은 할부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갚고 또 갚고, 이런저런 할부금을 다 갚을 때쯤이면, 이미 저처럼 관절염을 앓는 노인이 되어 있고, 인생은 이미 끝나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이것이 인간의 숙명인가 묻게 됩니다.”

2012년 6월 12일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그가 한 연설의 일부이다. 나는 politician에서 statesman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 자신은 물론 타산지석에도 주목한다.

 

5. ‘김진호 표 경제’의 뿌리는 무엇인가?

2008년은 열린우리당이 <통합민주당>으로 바뀌면서 나는 손학규 대표에게서 두 개의 사령장을 받았다. 통합민주당 농림발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재래시장육성위원회 위원장직이었다. 나는 농사도 지어 보았고 시장에서 장사도 해보았으니 둘 다 커버가 가능했다.

상고졸업, 직장경력, 시장경험, 폰사업과 벤처사업 관련 업무, 자비봉사단체 경험 등으로 나는 어느덧 경제인이 되어 있었다. 시장경제, 국가경제, 국제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자 여전히 공부중이다. 나는 경제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직관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자유시장’ 개념이다. 법이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는 체제’이다.

나는 ‘사람 중심 경제’를 지향한다. 최근 논산은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힐링’ 도시 논산으로 변신중이다. 탑정호, 선샤인랜드, 강경근대문화거리, 세계문화유산 돈암서원 등으로 전국구 관광인프라를 구축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꽃’이 활짝 피어나야 하는데, 이는 시뿐만 아니라 시민 전체의 프로젝트라고 본다. 관광 산업뿐 아니라 어느 산업, 언제 어디서고 우리 논산 시민의 환한 미소, 백제의 미소, 후덕한 인심이 논산의 살림살이로 직결된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도 내 눈가는 웃음꽃이다.

 

6. 문화 예술의 산업화에 대해서는?

돈을 버는 방법도 변해왔다. 1차산업에서 출발한 인류는 3차 서비스 산업에 이어 이젠 우주여행,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6차산업 시대다. 그럼에도 문화와 예술은 인간다움을 확인해주는 최후의 보루다.

죽은 물고기는 강의 흐름을 따른다. 문화예술은 분야별 고유 영역들이 존중되어 마땅하다. 개성과 동시에 요구되는 것은 공동체 문화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합의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합의를 만드는 사람’이다”고 갈파하였다. 구 시대에는 천재가 이끌었지만, 현대는 집단지성이다. 문화도 개성이 빛나는 개인문화와 더불어,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가 절대적이다.

우리 논산의 두레풍장, 백중놀이, 계백문화제, 딸기축제 등 전국 축제에서부터 각양각색의 동네잔치에서는 <논산다움>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부상되어야 한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철 지난 카피가 아니라, 우리 논산문화가 되새겨야 할 금언 중의 금언이다.

 

김진호 논산시의원 첫 돌 사진
김진호 논산시의원 첫 돌 사진
1988년 3월 13일 결혼식
1988년 3월 13일 결혼식
가족들과 함께
가족들과 함께
외손녀와 함께
외손녀와 함께

 

7. 즐겨 부르는 18번과 애송시는?

나의 18번은 나훈아 작사 작곡 “18세 순이”다. .... 가야해 가야해 나는 가야해 순이 찾아 가야해....내 아내의 이름이 순희라서다. 언제나 고맙고, 미안스럽고, 사랑스러운 내 사랑 순희 18번이다.

나의 애송시는 질곡의 시대를 관통한 저항시인 김수영의 “풀”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중략)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은 바람에 늘 눕고 울지만, 어떤 바람이 불어도 쉬지 않고 일어선다. 풀과 함께 바람에 맞서며 흘린 일미칠근(一米七斤)의 땀방울이 마을 곳곳 빈곳을 다 채우고 이제 앞으로 나아간다. 나 김진호는 논산천을 지나 바다로 향한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만경창파, 내 어떤 바람을 마다하랴~~~

 

이진영 기자

 

김진호 소나무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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