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유치, 논산-대전-과천 기싸움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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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유치, 논산-대전-과천 기싸움 고조
  • 전영주
  • 승인 2022.08.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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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 방위사업청 이전 반대 민관대책위 구성하며 대책 마련
대전시, 대통령 공약 등에 업고 조속한 구체화 위해 한발 빠른 행보
논산시, 지방소멸 위기극복 및 국방력 강화 등 당위성 강조

 

 

 

연간 예산 16조 7천억 원에 근무 인원 1600여 명에 달하는 ‘방위사업청 유치’를 위해 논산, 대전, 과천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하기관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있다. 

 

대전, 대통령 공약 등에 업고 조속한 구체화 위해 한발 빠른 행보

 

현재, 가장 행보가 빠른 곳은 대전광역시이다. 대전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을 국방혁신기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을 [지역 대표공약]으로 반영하였다.

이런 대선 공약을 등에 업고 대전시는 지난 7월 26일 <국방혁신도시 대전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황인무 전 국방부 차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추진위원회는 4개 분과별로 '이전전략 개발', '정책검토', '정부추진상황 파악', '대외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7월 29일에는 대전시와 방위사업청이 '국방 신산업 육성'을 위한 <대전 방산혁신클러스터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대전시가 방위사업청이 공모한 ‘방산혁신클러스터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방산혁신클러스터 구축사업은 군 관련 기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지원을 위해 5년간 총 490억 원을 투입해 방위산업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한,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1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사업청 이전 관련에 대한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방사청 이전 신속 추진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며, "우선 방사청 이전 준비로 당초 책정된 120억 원에 기본설계비 등 90억 원의 예산 증액을 대통령께서 약속하셔서, 관련 예산이 총 21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장은 "예산이 반영되면 내년 초 방사청 이전 본격화를 추진할 TF(특별팀) 300여 명이 서구 월평동 옛 마사회 건물에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같이 대선 공약을 등에 업고 한발 빠른 행보를 취하고 있는 대전시는 "방위사업청 이전이 지체될 경우 지자체 간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며, 조속한 구체화를 꾀하고 있다. 즉, 이전에 따른 논쟁이 길어질수록 본인들에게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과천, 방위사업청 이전 반대 민관대책위 구성하며 대책 마련

 

지난 8월 1일, 신계용 과천시장은 "대전시가 연말까지 방위사업청 주요 부서 이전 우선 추진을 발표"하는 등 방위사업청 대전정부청사 이전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정부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후 정부가 발표한 과천지원책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천에 입주한 지 6년도 되지 않는 방위사업청을 또다시 대전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한데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이에 따라 과천시는 이번 방위사업청 이전 결정과 관련하여 민관대책위를 꾸려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대정부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방위사업청 이전과 관련해 ‘과천청사 유휴지 시민환원 추진단’을 구성해 정부 대응활동에 나서면서, 행정도시 기능을 상실한 청사 일대를 ‘국가 전략 부지’로 재구조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방위사업청 이전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청사 유휴지 시민 환원"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플랜 B>로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논산, 당위성 강조하며 여론전 및 정치권 설득

 

백성현 논산시장은 지난 6월 당선인 시절부터 ‘방위사업청 논산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시 김태흠 도지사 당선인을 만나 "방위사업청 논산 유치 협력"을 이끌어 냈고, 김병준 전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서는 "방위사업청 및 육사 논산 이전"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한 국민의힘 충남도당 당선자 대회에서는 "방위사업청 논산 유치"의 당위성을 만천하에 피력했다.

백 시장의 방위사업청 논산 유치 논리는 "오직 논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충남 남부권을 경제 공동권역으로 묶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해 함께 살아나기 위한 꼭 필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논산시는 육군훈련소, 국방대학교, 육군항공학교 등이 위치해 있어 <국방클러스터 안보 특별도시>로의 기반이 다져져 있는 도시이다. 여기에 전국 최초 '비전력 무기체계' 중심의 ‘국방국가산업단지’가 조성 중에 있어 방위사업청까지 논산에 함께 자리한다면 '국방산업 발전'은 물론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전에는 '연구 기관'을 논산에는 '산업 시설'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의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방위사업청 이전에 대한 방향성도 함께 제시했다.

논산시는 방위사업청 유치 성공을 위해 건양대학교에 '시스템반도체학과'를 신설해 지역의 미래인재들과 함께 국방중심도시 논산을 건설해 나가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오는 8월 29일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사회단체가 뜻을 모은 추진단을 출범시켜 유치 지원활동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9월 19일에는 방위사업청 유치 전략을 고도화하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투에는 져도, 전쟁에서 이기는 영민한 지도자를 원해

 

'넬슨 만델라'는 1994년 실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 청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만델라는 ‘인종차별정책 청산’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늘 머릿속에 간직했다. 그래서 그는 백인정권과의 투쟁 과정에서 치렀던 27년간의 옥고는 잊어버리며 순간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해 갔다. 마침내 남아공에서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은 종결되며 350여 년에 걸친 인종분규는 종식되었다.

2022년 7월 기준, 대전과 논산의 인구 대비는 144만 8천4백 명과 11만 3천4백 명으로, 대전이 논산의 12.7배이다. 거대한 광역시를 상대로 방위사업청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자체가 어찌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무모한 도전이다. 더군다나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도 힘겨운 판에 대전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특별한 아이템까지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5개 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연대하면서 물적, 인적, 정치적 공세까지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지난 8월 19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민선 8기 들어 처음으로 논산을 공식 방문했다. 도지사 동선에 맞췄는지 '방위사업청 논산 유치'에 관한 현수막이 길거리를 도배했다. 이는 논산시민들의 '방위사업청 유치'에 대한 애절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백성현 시장은 선거 공약에서부터 "방위사업청 유치"를 줄곧 부르짖었다. 시민들 또한 이에 적극 호응했다. 

이제 임기 4년이 시작되었다. 되돌일 수 없는 중요한 시기이다. 시민들은 작은 전투의 승리도 중요하겠지만 논산시 백년대계와의 전쟁에서 방점을 찍는 지도자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게 물어본다.

*방위사업청 유치를 위한 정교하고 치밀한 로드맵은 있는지? 

*어디까지 전투이고, 어디부터 전쟁인지?

*그리고, <플랜 B>는 준비되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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