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 天風 11 보수·친일·유신단죄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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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 天風 11 보수·친일·유신단죄 25
  • 세종매일
  • 승인 2021.04.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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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시간을 고문받고 나면 문답식으로 적힌 조서를 주고마. 강압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을 게 설명해봐라, 이런 식이제, 대답을 안하면 ‘먼 산을 보며 묵묵부답’이라고 적혀 있고마. 창문도 닫혀 있어 산이 보이지도 않는데 그런 식이제. 두 줄을 긋고 도장을 찍고 고쳐야 하는데 그러면 전체 문장이 안 만들어지고마. 결국 읽다가 포기하게 되제.”

검사는 마지막 조서가 끝나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죄를 지은데다 도주의 우려가 있고, 묵비권까지 행사하므로 구속을 해야한다’고 했제.”
“정말 어이가 없었고마. 묵비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데, 내가 대답을 하나도 안 한 것도 아니고, 한두 가지 안 한 게 구속 사유라 안카노.”

검찰수사를 받으며 이런 형사절차로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지, 사람을 벌해도 되는지 의심하게 됐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공안·특수수사는 검찰이 보수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진원지이자, 형사사법체계를 왜곡시키는 수구 보수 기득권세력의 주범이기도 했다. 검찰개혁에 적극 반대하는 자들이다. 

개혁의 필요한 까닭은 간단하다. 검찰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한국 검찰은 태어날 때부터 힘센 조직이었지만, 총칼을 들고 설쳤던 경찰과 군대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다. 민주화 이후 검찰은 본격적으로 무소불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검찰의 힘은 국가형벌권을 좌우한다는 데 있다.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형집행정권을 독점하고 있으니, 형사사법은 검찰사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죄 많은 사람을 봐주는 일도, 죄 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손봐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공할 만한 수사권을 동원할 수도 있지만, 사건 자체보다 엉뚱한 사안을 키우기도 한다. 구속하겠다 벼르며, 사건 자체를 호도하곤 한다. 

같은 검사들에겐 힘이 센 탓인지 남들 시선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패했으면서도 검찰만이 유일한 반부패기관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검찰은 명칭부터 이상한 조직이다. 영어(Prosecution)로는 ‘기소’ 기관인데, 한자(檢察)는 잡도리하고 살핀다는 ‘수사’를 뜻한다. 

수사와 기소는 각각으로도 엄청난 권한인데, 이를 모두 쥐고 있으니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다. 

그러니 개혁의 핵심은 독점 권한을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도록 쪼개는 데 있다. 

검찰의 독점을 깨지 않으면 검사였던 사람들이 전관 특혜를 받고 떼돈을 벌고, 검찰권이 국민이 아니라 오로지 전·현직 검사들만을 위해 쓰이는 부패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검찰은 거악을 일소한다며 반부패 수사역량을 강조하지만, 부패의 핵심고리에 전·현직 검사들이 자리하는 경우는 너무 많다. 

검찰이 한 손에 쥔 권한을 쪼개는 것 말고는 어떤 대책도 검찰의 부패를 막을 수 없다. 수사와 기소를 각각 서로 다른 독립기관이 나눠 맡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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