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체육중·고’ 설립 연구 공청회…학생선수 증가 속 인프라 부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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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체육중·고’ 설립 연구 공청회…학생선수 증가 속 인프라 부족 지적
  • 세종매일
  • 승인 2023.09.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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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 유출 지속, 연계교육 위해 체육중·고 필요”
최교진 교육감 공약…종목 불균형 및 진로 어려움 ‘신중론’도
▲세종체육중고학교 설립 타당성 2치 연구 공청회가 지난 1일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종체육중고학교 설립 타당성 2치 연구 공청회가 지난 1일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종체육중·고등학교 설립 관련 학생 선수들의 장래를 위해 시급하다는 중론속에 체육중고 ‘만능론’을 경계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일 체육중고 설립타당성(2차) 정책연구 공청회를 체육고·체육회 관계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정책연구소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체육중고 설립 연구 용역을 지난 5월부터 다음 달까지 추진 중으로 이날 공청회는 정책연구 보고, 패널 발표, 토의·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1차 연구용역에선 체육중고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규모, 부지 및 시설, 필요 인력, 운영비 등 세종시가 당면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즉시 설립보다는 제반 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체육중고 병설의 경우 전국적으로 평균 학생 선수가 300명이 넘는데 세종시는 총 171명으로 학생 수가 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설 측면에서도 부지는 최소 150,000㎡ 이상, 예산은 최소한 700억 이상 필요하므로 설립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학생선수(222명)와 학부모(13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해 그 결과를 밝혔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생 선수의 절반 가까이가 직업 운동선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학생선수 68%, 학부모 94.9%가 체육중고 설립을 원했는데 진학 의향은 학생선수 51.3%, 학부모 76.9%로 설립 필요성보다 낮은 진학 의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비진학 이유에 대해 ‘체육중고가 나랑 맞지 않아서’, ‘일반 학교에서도 운동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등으로 조사됐다. 

또한 체육중고 설립시 고려 사항으로 ▲선수 수급 및 지도자 채용 어려움 ▲큰 규모의 예산 확보 ▲혁신적인 교육과정 및 운영 방안 ▲적절한 시기 도출 ▲지역 특성 반영 및 종목 선정 신중 등을 제시했다. 

전국적인 학생선수 감소 현상도 언급됐는데 2015년 71,705명에서 2018년 63,029명 2021년에는 54,199명으로 17,506명이 감소했다.

■타 시도 달리 세종시 (체육)인구 급증…학생 선수 유출 지속

세종시체육회 황성연 체육부장은 “체육회는 체육고 설립에 대해 무조건 빨리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시 학생 선수는 ▲전국 소년체육대회- 2013년 76명, 2023년 252명 ▲전국체육대회- 2010년 151명, 2022년 338명 등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초중학생 선수 유출도 지속돼 2020년 76명, 2021년도 77명, 2022년 82명 등 3년 동안 235명의 학생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황 부장은 “초중 학생들을 열심히 양성해도 (종목) 연계 육성하는 팀이나 학교가 없어 타 지역으로 많이 간다”며 “일단 시도부터 해야 한다. 제일 막히는 것인 예산인데 세종 미래고의 체육고 전환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충북체고 손태규 교장도 설립에 찬성하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장했다.

손태규 교장은 “체고는 꿈나무를 발굴해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선수 수급이 어렵더라도 이것저것 따지면 체육중고 설립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랜 경험을) 돌이켜보면 일단 시작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체육 영재들이 진학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다져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교장은 또한 “세종시는 체육계 입장에서 체육고 설립의 찬스가 왔다. 교육감 공약인 만큼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세종고 이진홍 지도자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느낀 점을 소개했다.

관내 선수 모집에 어려움이 있는데 (체육중고) 전국단위의 선수를 선발하면 선수 선발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고의 훈련 시간 부족 관련해 이것은 각종 대회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로, 체육고는 좀 더 자유롭게 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체육고 설립으로 훈련 장소가 생기면 학생 선수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집중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로·진학 어려움 및 종목 불균형, 운동부 중심 활성화…점진적 확장 의견도

반면 서울체육고 신동혁 교사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신동혁 교사는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운동을 진학 수단으로 많이 생각한다. 10명이 운동하면 한 두명의 엘리트 선수, 나머지 8명은 진학의 수단으로, 대학만 들어가면 운동을 그만둔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대학 운동부 입장에서는 애써 뽑았는데 그만 두니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그래서 많은 대학교에서 운동부들이 없어지고 있다. (결국) 학생들도 갈데가 없어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선수 종목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신 교사는 “세종시는 올해 629명이 선수 등록을 했는데(제주도 1,908명) 태권도 17%, 축구 14%, 야구 15%, 골프 8%”이라며 “이들 종목은 일반 학교에서도 잘 육성돼 체고에서 육성할 필요가 없다. 종목에 대한 선택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고를 설립하면 일반고에서 잘 육성하고 있던 운동부들도 갑자기 고사하고 다툼도 많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학교 운동부 활성화를 제안했다.
신 교사는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이탈 학생들이 생긴다고 하면 일반 학교에서 운동부로 하는 것이 좋다”며 “학교에서 운동부를 만드는데 교육청이나 체육회에서 강력하게 예산이나 인력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이날 토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초등학교 선수 육성’을 강력히 주문했다.

손태규 교장은 “초등학교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초등학교 선수가 없는데 어떻게 중학교, 고등학교 선수가 있을 수 있나? 초등학교에서 체육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동혁 교사도 “세종시가 더 긴 호흡을 갖고 체육중고를 잘 설립하려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재밌게 놀면서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중·고교로 넘어가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 패널로 세종시와 여러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제주시교육청 관계자가 참석해 관심이 집중됐다.

제주시교육청 김우상 장학사는 “세종시는 제주도와 선수 숫자라든지 규모가 비슷할 것 같다. 합리적인 선택에 고민이 많은데 세종보다는 조금 나은 환경”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현재 남녕고에서 한 학년에 한 학급씩 40명 정원의 총 120명에 11종목을 운영 중이다. 

김 장학사는 세종시처럼 체고 설립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사립) 남녕고 유지 ▲남녕고의 공립고 전환 ▲체육고 신설 등 세가지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학사는 “한번에 신설보다는 조심스럽게 확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 선수도 특정 종목에 숫자가 많다보면 종목 선택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 타당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작게는 몇백억, 많게는 몇천억 들어가는 부분으로 시설 확충과 활용 방안에 대해 체육회와 지자체 협조와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체육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체육중고 설립을 촉구했다. 

한 지도자는 “제대로 된 지원과 지도자도 없이 우리 선수들이 타 지역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세종시에서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설립을 호소했다.

한편 세종시 (체육)인구가 증가하면서 체육중고 설립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애물 또한 모두 인식하는 것이 사실이다.

시설 규모와 인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수백억원의 건립비와 매년 수십억원의 운영비가 투입될 전망으로 설령 교육청이 설립 입장을 확정해도 정부 심사 등 그 절차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 패널이 언급했듯이 선거 공약은 중요한 변수다.
최교진 현 교육감을 비롯해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대다수 후보들은 차이는 있지만 체육중고 설립을 약속한 바 있고 앞으로도 유효할 전망이다. 

따라서 현 교육감 임기에서 방향성과 입장을 정리하고 차기 교육감이 정책을 이어 실천하는 방향이 장기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 있다는 여론이다. 

세종시교육청은 이날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오는 20일 연구 용역 중간 보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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