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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세종시장.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의 아침 해가 우리 시 곳곳에 밝기를 더합니다. 지난해 시민 여러분께서 변함없이 보내주신 응원과 신뢰, 한없이 품어주셨던 사랑으로 우리시는 큰 바다를 건너는 꿈을 세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힘찬 도약과 용기있는 도전으로 시정 3년 차의 시작을 알립니다. 행정수도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창대한 도시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국토의 중심에서 자란 우리 세종의 자부심과 희망을 높이겠다 다짐해 봅니다. 내 나라를 부강하게 하겠다는 공직자의 소명을 되새긴 지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를 창조했습니다. 국방, 경제, 문화 분야 등에서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인구수 5천만 명밖에 되지 않는 한국의 말과 글을 배우는 인구수는 전 세계 언어 중 7번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사의 판도를 좌우할 힘을 가진 선진국의 국민이고, 세종시는 그 선진국의 제2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장대하게 성장한 우리 체격에 걸맞은 마음가짐과 자세를 함양해야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미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 시는 지금까지의 관행과 과거를 답습하는 후진국형 사고방식을 버리고 대대적인 개조를 통해 시정을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첫째로, 미래를 경영하겠습니다. 두려움과 실패에 맞서는 도전정신과 불확실한 앞날에 대응하는 창의력을 갖추겠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관리하여 실행해 세종시의 것으로 만들겠습니다.둘째로,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포부로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오래된 헌법과 법률 체계, 권력 구조로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세계적 표준에 부합하는 보편성과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는 포용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 행정수도 지위 확보와 미래전략수도 세종의 완성을 위한 개헌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셋째로, 문화를 경영하겠습니다. 우리 문화와 한글의 영향력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글의 무궁한 가치를 토대로, 세종이 곧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는 길을 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세계 각국이 전성기를 맞이할 때, 지도자들은 언어정책으로 나라의 위명을 키웠습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한국인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자와 언어로 그 쓰임과 가치를 드높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가 마음껏 뜻을 펼칠 길을 열겠습니다. 세계를 주 무대로 삼고, 청년들의 비상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또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라는 행복한 삶의 여정에 늘 동행하고 든든히 지원하겠습니다. 유지필성(有志必成), 뜻이 있다면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세종시가 품은 미래를 향한 큰 포부에 대한민국 성장의 길이 있습니다. 이미 정해진 길을 답습하기보다, 끊임없는 도전과 창조적인 생각으로 시민과 공감하며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 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변함없는 응원과 믿음으로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날마다 희망과 사랑을 일구는 기쁨이 가득하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세종 | 세종매일 | 2024-01-08 16:50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존경하는 39만 세종시민 여러분!새로운 희망과 함께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올 한해도 시민 여러분 가정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푸른 용의 청량하고 신성한 기운을 듬뿍 받아 새로운 다짐으로 힘차게 한 해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세종시의회는 국회 세종의사당 국회규칙 통과와 충청권 초광역의회 의원 구성 합의, 광역의원 1인당 조례 발의 건수 1위 등 눈부신 결실을 보았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시민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올해도 시민을 위한 세종시의회의 열정적인 의정활동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행정수도 세종의 견고한 완성과 자족도시 구축,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2027년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개최를 위한 예산 확보와 정부·국회 차원의 지원을 위해 더욱 힘을 모으고 앞장서겠습니다. 세종시민 여러분! 올해도 우리 시의원 20명 모두의 시선은 시민을 향할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고, 시민의 웃음소리가 더 커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전념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세종 | 세종매일 | 2024-01-08 16:46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지난 한 해 함께 걸어서 행복했습니다. 곁에 있어 힘이 됐고 박수를 보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새해에도 걷는 아이들과 함께 걷고, 한 걸음 늦게 오는 아이들 곁에 있겠습니다. 뛰는 아이와는 같이 뛰겠습니다. 모두가 특별해지는 아이들의 행복을 만들겠습니다.올해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교육도 대전환을 맞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후위기, 저출생 고령화, 그리고 사회 양극화는 우리 교육이 감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미래세대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대안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합니다.올해도 세종교육은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생활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방학에도 쉼과 배움이 함께 이뤄지는 교육, 학교가 결정하면 교육청이 지원하는 전환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갈 것입니다.학교자치의 심화를 통해 주요 전략과제를 추진할 것이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결정하고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마을교육 생태계 구축으로 해결해 나아가겠습니다. 학교의 담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하고 성장할 때 모두가 특별한 세종교육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을이 학교라는 열린 자세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손을 잡고 동행하겠습니다.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지만 교육 의제 발굴과 시대적으로 요청되는 교육정책 반영은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새해에도 배움과 가르침의 모든 과정에 만인의 지혜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세종교육공동체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세종 | 세종매일 | 2024-01-08 16:44

25 눈오는 날, 차를 버리다                        ▲장승현 작가.지난 6일 오후 5시 30분, TV 촬영을 하기 위해 자재를 싣고 대평리 동생네를 들렀다. 대전 MBC ‘e-세상이야기’에서 촬영이 나왔는데, 나의 집 짓는 일과 일상적인 삶을 찍자고 해 엊그제부터 촬영을 하고 있었다. 자재 구입을 해 동생네 집에 내려놓고 나오다가 짐을 실은 트럭 뒷바퀴가 보도블록에 걸리는 바람에 바퀴가 찢어지고 휠이 찌그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눈은 내리고 어둠이 내리깔리는 순간 나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은 VJ는 입이 귀밑으로 살며시 올라가며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거 돈 나가게 생겼군!’ 먼저 생돈이 나가는 일이 걱정되었다. “참, 희한하네요. 제가 카메라를 찍으면서 눈이 오기에 은근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기대했는데.” VJ는 직업상 작품 만드는 일밖에 생각을 안 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속으로 돈이 들어갈 걱정만 하고, 허허 웃어넘기는 수밖에 없었다.“여기 카센타가 어디지?”우선 여동생한테 주변에 있는 카센타부터 찾았다. “이거 오늘은 안 되고 월요일에나 가능하겠는데요.”카센터까지 겨우 끌고 간 차를 보고 카센터 주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침 오늘이 토요일이라 휠을 구하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황당한 일이었다. 아내한테 전화를 해 긴급 구조 조건을 물었더니 시간은 있는데 눈앞을 가리는 눈보라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운전 솜씨가 서투른 아내한테 20여 킬로가 가까운 이곳까지 오라고 하는 건 무리였다.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마침 차 시간이 맞아떨어졌다. 지나가는 버스를 무조건 잡아탔다. 시외버스인 줄 알고 잡아탄 버스는 알고 봤더니 시내버스로 손님 하나 없었다.“이거 조치원까장 가유?”“예, 타슈!”“조치원까장 얼마유? 둘이?”“천육백이십 원썩 내슈!”버스비도 모르고 거의 20년 만에 타보는 시외버스였다. 아니 시내버스이지만 멀리 시외까지 가는 차를 타 보는 건 거의 20년이 넘는 것 같다. 버스 안은 을씨년스러웠다. 차 안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카메라를 들은 VJ와 나는 단둘이서 빈 의자를 옮겨가며 자리를 잡았다. 시내버스는 대평리를 빠져나가기 전에 버스터미널에 서더니 사람들이 어느 정도 찰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야 할 시간도 없었고, 어느 정도 사람들이 차야 떠나는 차였다. 중고등학생들이 열댓 명 뒷좌석에 차고 시골 아줌마들이 서너 명 타자 버스 운전사는 그때야 만족하는지 대평리 터미널을 슬그머니 미끄러지며 빠져나갔다. 오른편으로 행정도시 건설청이 보이고, 금강다리가 보이는 정면에서는 눈발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시내버스는 금강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어, TV 촬영하나 보네. 아저씨 어디에서 나왔어요?” 버스 안에는 중고생인 듯한 사내 애들과 시골 아줌마들이 몇 명 앉아 있었다. 그중에 까불까불한 놈이 카메라가 내 모습을 비추고 있자 신기한 듯 웃어댔고, 시끌시끌 법석을 떠들고 있었다. 밖은 아직도 눈보라가 내리고 있었다.“응, 대전 엠비시 일요일 프로야, e-세상이야기라고. 14일 여덟 시니까 봐!”밖은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아줌마가 벨을 눌렀다. 시내버스 기사 아저씨는 정거장에 차를 세웠다. “내려주세요.” 벨이 또 울렸다. 사내아이들은 조잘거리며 시끌시끌 법석을 떨었고, 버스가 정거장에 서자 두어 명의 사람을 뱉어내고, 차는 또다시 눈 내리는 어둠 속을 헤쳐가고 있었다.나는 아내한테 전화를 했다.“조치원 역으로 나와, 지금. 종촌쯤 가구 있으니까….” 차가 달리는데, 시내버스 노선이 참 재미있었다. 지금 1번 국도는 4차선으로 새로 생겼는데 동네는 기존의 꼬불꼬불한 국도변에 있어 시내버스가 새로 생긴 1번 국도만 달리는 게 아니고 옛날에 있던 도로와 동네를 다 들렀다 갔다. 정거장은 계속 나타났는데 차 안에서 벨이 울리지 않거나 누가 손을 흔들지 않으면 시내버스는 그냥 그곳을 지나쳐갔다. “어떻게 오늘 돌발사건이 촬영하는 데 좋았나요?” 카메라를 촬영하는 VJ가 은근히 현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아 물어보았다. 시내버스는 조치원 읍내를 들어서고 있었다. “예, 이거 오늘 촬영이 너무 밋밋했었는데 재밌네요. 자연스럽게 상황 설정이 이루어지고. 마지막으로 사모님이 역전에 마중나와 있고, 선생님과 만나는 장면을 찍으면 되겠네요.” 밖은 제법 눈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번 촬영은 어떻게 편집되어 전체 이야기 구성상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무척 궁금했다. 어떤 재밌는 에피소드로 그려질지…….

세종 | 세종매일 | 2024-01-08 15:54

▲세종시청 전경.최민호 세종시장이 2024년 새해를 맞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기 위한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시는 오는 23일과 다음 달 6일, 각각 조치원읍 제2복합커뮤니티센터 대공연장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24년 새해맞이 시민과의 대화’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시민과의 대화는 2024년 시정 운영방향과 주요 업무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오는 23일에는 읍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6일은 동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참석을 희망하는 시민은 지난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시 누리집(www.sejong.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시는 읍면동별 15~20명을 선착순으로 선정해 시민과의 대화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최민호 세종시장은 “올해도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시정에 적극 반영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한편 최민호 시장은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지난해 동심동덕(同心同德) 시민과의 대화, 시장과 함께하는 1박 2일, 읍면동 시민과의 대화 등 양방향 시민 소통 행정을 이어오고 있다.

세종 | 이종은 기자 | 2024-01-07 16:46

세종시무료급식소 ‘밥드림’이 지난달 21일 창립 15주년을 맞아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밥드림’은 지난 2009년 3월 조치원역 인근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한 이래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지역 대표 봉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0년까지 매주 3회(화·수·토요일) 실시한 무료급식에는 연간 3만 여명이 이용했고 각계각층에서도 봉사에 참여하며 온정을 전해왔다.하지만 15주년이라는 오랜 시간만큼 자체적인 무료급식 장소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어왔다.조치원역에서 세종시노인복지관 이어, 조치원1004마트 맞은 편 공간을 임대해 2년간 운영하다 코로나19로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장소를 찾지 못하다가 2년간 정리에 위치한 조치원제일교회의 마당에서 도시락, 라면, 빵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왔다. 밥드림은 올해 10월 우여곡절 끝에 새 보금자리를 찾게 돼 1달여의  보수공사를 거쳐 12월부터 무료급식을 재개했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일념으로 무료급식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밥 드림 이강화 이사장은 “사회적 약자들과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밥 드림 무료급식 봉사는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밥드림은 봉사단체와 후원단체가 매주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한 끼를 준비하고 있다. 자원봉사와 후원에 뜻이 있는 단체나 개인은 성금과 물품을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사랑의 열매)에 지정 기탁하거나, 밥드림에 기탁하면 된다.

세종 | 강용수 기자 | 2024-01-05 19:00

                        ▲장승현 작가.24 장작불에 삼겹살로 보낸 연말연말에 후배들이 집으로 쳐들어왔다. 마당 한가운데 차가 가득 차고, 구워 먹을 돼지갈비와 삼겹살이 도착하자 우리들의 연회는 시작되었다. 장작을 피우네, 거실에서 가스레인지에 고기를 굽네, 하더니 끝내는 여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밖에서 드럼통에 고기를 굽기로 했다. 후배들은 연휴 끝이라 저마다 지난밤에 찌들 대로 찌들었는지 대부분 파김치가 되어 별 의욕이 없어 보였다. 술꾼들이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술을 마다했고, 불판을 만드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미리 준비도 되지 않은 자리라 뒷산에 가서 약간의 나무를 주워다 불을 피웠다. 원래 집에는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불판이 있기에 불 피우기는 언제든지 준비되었다. 지난번 쓰다 남은 숯도 있었지만 날씨가 쌀쌀하니 직접 불을 피워 불기운을 쐬는 것도 괜찮을 듯해 불을 피웠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갈비와 삼겹살을 사온 후배들은 마당에서 불을 지핀다, 거실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법석을 떨었다. 그러더니 10여 명이 넘는 친구들이 음식을 잔뜩 먹고는 집 여기저기에서 나뒹굴었다. 점심때 나타나 우리 집을 점령한 후배들은 집 구석구석에서 먹고 자고 했다. 김장 김치에 총각김치, 겨울철이면 반찬 걱정 없이 이거면 되고, 고기만 잘 구우면 끝이었다.우리가 시골에 살다 보니 주변에서 지인들이 자주 놀러 온다. 그래서 집 옆에 술 마시고 자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사랑방을 하나 만들었는데, 내가 위에 병이 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그러지 않아도 내부가 완공되자 후배들과 친구들이 몇 팀 왔다 가기도 했다. 사랑방 이름을 ‘취화정’이라고 할까, ‘세문정’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속병이 났다. 그런 바람에 주변에서 욕 얻어먹을까 봐 이름 짓는 것은 아직 보류 중이다. 언젠가는 현판식도 하고, 개공식도 거나하게 해서 명실공히 주변에서 알아주는 카페나 사랑방 역할을 톡톡이 할 때가 있으리라. 예전에는 정말 개인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그건 땅만 여유가 있으면 흙집으로 둥그렇게 쌓고, 한가운데는 장작불을 피울 수 있는 제단 같은 걸 만들고, 천장 지붕으로는 웅장한 후드 시스템을 해 내부에서 장작불을 피더라도 연기가 하늘 높이 잘 빠져나가도록 만들고 싶었다. 겨울 긴긴 밤, 눈 내리는 겨울밤에 창밖으로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굵은 눈발이 날리고, 장작불 속에는 군고구마가 익고, 삼겹살이나 구워 소주병을 자빠뜨리는 그런 집을 짓고 싶었다. 그런데 영 번거로워 그냥 간단하게 목조주택으로 나의 개인 사랑방을 만들었다. 2층에 마련된 사랑방에서 밖을 내다보면 동네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무엇보다 주방과 화장실이 별도로 딸려있는 초현대식 원룸 형태의 술방으로 완성했다. 그런데 이 사랑방을 지어놓고 내가 위장에 병이 생겼으니 주변에서 이곳을 이용하기가 불편한지, 아니면 주인이 술을 먹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이 사랑방은 찾아오는 이 없이 그냥 묻히게 되었다. 먼데서 그리운 벗이 찾아오니불 피워 방을 데피고 숨겨 놓은 술병을 꺼내겨울밤 새는 줄을 모르네 방 한가운데 이런 시를 하나 써 놓고, 언제나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이곳에 ‘나그네 집’이라는 택호를 적어놓는 것도 좋을 듯했다. 언젠가는 몸을 추스르고 주변의 지인들과 술 한잔 하는 때가 있으리. 처음에는 몸들이 무거워 그런지 다들 의욕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장작불을 피고, 고구마를 굽는다, 삼겹살을 굽는다 하니까 다들 방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연기가 나고 삼겹살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때깔이 변해가자 소주병이 하나하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세종 | 세종매일 | 2024-01-02 17:04

▲최교진 교육감.철학자이자 문예비평가인 루카치의 저작 중에서 종종 인용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면서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나침반이 없던 시대에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긴 여정을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목적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별에 의존해 걸었지만,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제각각 빛나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찬란한 불빛 때문에 세상의 별빛이 가려져 있기도 합니다.밤하늘의 별자리는 단순한 지리적 안내자를 넘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즘 종종 하늘을 바라보며 올 한해 걸어왔던 길을 돌아봅니다. 숨 가쁜 한해였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걸어왔기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됐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세종교육과 교육계의 주요 관심사를 다시 한번 짚어보면서 새해를 구상해 봅니다.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교사의 행동으로 나타났고, 교권보호를 외치는 목소리는 교육공동체 회복이라는 더 큰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교육운동이자 교육정치운동의 새로운 실천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곰곰이 짚어 보겠습니다. 정당한 교육활동 보장과 관련해 세종시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발의로 교육활동보호조례 제정에 나섰습니다. 참여하는 시민의 역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뜻이 깊습니다. 교육의 중요한 주체가 지역사회라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단순한 위원회가 아닌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세종교육회의가 출범한 일도 의미가 큽니다. 방학 중에도 멈추지 않는 세종교육에 대한 제안은 방학이 쉼의 시간이자 자람의 시간이라는 걸 상기시켜주었고, 공교육의 책무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방학 중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을 나눠 이번 겨울방학에 협업학교를 운영합니다. 교육프로그램, 급식, 통학차량 등 여러 사항의 운영 결과를 통해 방학 중에도 성장하는 세종교육의 모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올해 우리교육청은 국정과제인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되어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운영의 우수사례는 전국으로 공유되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유보통합은 양질의 교육과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생애 출발선부터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교육청이 함께 꾸준히 지혜를 모야야 합니다.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세종의 학교에 기증한 휠체어 그네가 설치 근거가 없어 폐기되어 공개 사과를 한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민들과 조수미 씨께 사과한 이후, 정부가 필요한 안전인증 기준을 마련한 점은 다행스럽습니다. 휠체어 그네는 장애어린이들이 놀이터로 나올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장애어린이의 놀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특히 올해는 세종시법 재정특례에서 보통교부금의 보정액 교부기한을 연장하는 데 많은 힘을 집중했고, 그 결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방교육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보정액의 기부기한을 2026년까지 연장한 점도 다행스럽습니다.뿐만 아니라 우리교육청에서는 2024년 본 예산 편성과정에서 이전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에 대응해 1,606억원의 기금을 투입하여 세종교육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사업을 정비하고 예산심사를 강화해 재정의 건전성을 높였으며 책무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지난 봄에는 세종의 두 번째 공립특수학교인 이음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51명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입학해 배움으로 성장하는 이음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 학생들의 맞춤형 진로교육을 위해 진로교육원이 문을 연 것도 기쁜 일입니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개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체험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이 밖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수능성적 결과 세종의 학생들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학교 스포츠클럽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전인교육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학교폭력이 감소세를 보여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어 좋습니다. 관계중심생활교육과 예방교육의 효과로 보입니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최근 세종의 학생들이 전국 청소년 사회참여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뜻이 깊습니다. 학과 공부 이외에 세상의 많은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은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교육청 정문 옆에는“생각하는 사람 참여하는 시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은 교육감으로서 매우 큰 기쁨입니다.새해에도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 교사와 학생이 좋은 관계를 맺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어울려 더 큰 힘을 만드는 교육공동체를 위해 지혜를 모아가겠습니다. 단단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학교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마을교육생태계를 구축해 가겠습니다. 내년에도 밤늦은 퇴근길에 종종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겠습니다.“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면서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이 문장을 떠올리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교육의 길을 묻고 답을 구하는 여정을 이어가겠습니다. 변화와 격동과 혼란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고 담대한 마음을 갖고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저에게는 함께 걷는 교육공동체가 있어 늘 든든합니다. 한 해 동안 많은 도움과 격려 그리고 응원과 조언을 보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는 더 크고 넓은 교육적 상상들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세종교육공동체 모두와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세종 | 세종매일 | 2023-12-28 16:07